축영대는 공부하고 싶다. 그러나 이야기 속 세상에서 배움의 길은 대개 남자에게 열려 있다. 그녀는 남장을 하고 집을 떠나 양산백을 만난다. 수업과 함께 보낸 날들이 두 사람을 가깝게 한다. 항저우는 이 대목을 도시 위 숲에 둘러싸인 만송서원에 연결한다. 거대한 사랑에 앞서 작은 바람이 있다. 책상 옆에 앉아 책을 펴고, 이미 정해진 삶보다 넓은 미래를 상상하는 것이다.
항저우의 옛이야기
항저우에서 함께 책을 읽던 양산백과 축영대
완쑹서원에 남은, 나비가 되기 전 연인들의 한 시절.
책 옆의 자리를 얻기 위해
삼 년의 공부, 두 가지 마음
함께 공부하는 동안 영대는 산백을 사랑하게 된다. 산백은 여전히 그녀를 가까운 학우이자 의형제로 여긴다. 책과 대화, 가까이 지내며 생긴 작은 습관을 나누지만 그 친밀함을 이해하는 방식은 다르다. 교실로 들어갈 수 있게 해 준 남장은 마음을 직접 전하기 어렵게 만든다. 배움이 문 하나를 열었지만 다른 문은 닫힌 채다. 서로 아는 것이 조금씩 다르다는 사실이 이야기의 다정함과 안타까움을 함께 만든다.
십팔 리의 작별길
영대가 집으로 돌아오라는 말을 듣자 산백은 길을 따라 배웅한다. 유명한 십팔상송 장면이다. 그녀는 짝을 이룬 새와 풍경을 가리키며 마음을 암시하지만, 그는 다정한 친구의 말로만 받아들인다. 마침내 영대는 가상의 여동생을 소개하겠다며 집에 오라고 부탁한다. 그 동생은 바로 자신이다. 길이 짧아질수록 이별은 가까워지고, 듣는 이만 산백보다 먼저 그 초대의 뜻을 알아차린다.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게
나중에 집을 찾아온 산백은 학우가 여성이며 약속한 동생도 영대 자신이었다는 사실을 안다. 하지만 가족은 이미 다른 혼인을 정해 두었다. 익숙한 이야기에서 상대는 마문재라 불린다. 장애물은 두 사람 사이의 비밀에서 주변 사람들이 내린 결정으로 바뀐다. 산백은 돌아간 뒤 슬픔 속에 깊이 병들어 세상을 떠난다. 영대가 함께할 수도 있었던 삶을 바라볼 때는 그 미래로 향하는 길이 닫혀 있다.
결말을 이어받은 두 날개
정해진 혼인으로 가던 영대는 산백의 무덤에 들른다. 전설에서는 무덤이 열려 그녀를 맞고, 나비 두 마리가 함께 날아오른다. 사람의 삶에서 누리지 못한 자유가 다른 모습으로 두 사람에게 주어진다. 그래서 나비 한 쌍만으로도 이야기 전체를 떠올릴 수 있다. 음악과 연극, 지역마다 다른 전승은 서로 다른 장면에 머물지만, 함께 읽은 책에서 이별을 거쳐 한 쌍의 날개에 이르는 흐름은 남는다.
항저우에 남은 숲속의 시작
만송서원에서는 이야기의 다정한 전반부로 마음이 돌아간다. 마당과 공부하던 자리, 작별을 상상할 수 있는 산길이 있다. 서원은 후대의 역사를 지니며 연인들과의 인연은 항저우가 이어 가는 전설에 속한다. 이곳을 걷는 동안 유명한 결말은 잠시 멀어진다. 나비가 되기 전 두 사람은 책을 함께 읽었고, 연인이 되기 전 영대는 공부를 원했다. 그 바람이 그녀의 삶을 사랑만으로 기억되는 이름보다 넓게 만든다.
